2018년 봄에 개항로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칠년이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총 26개의 공간을 만들었고, 총 31개의 사업체를 구성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부터 약 50여개의 팀이 개항로에 터를 잡았습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동안 옛 영광이 사라졌던 개항로에는 다시 사람들의 활기가 생겼고, 대한민국에서도 제법 주목받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개항로는 오랫동안 재개발의 이슈가 있는 동네입니다. 지금은 개항로 거주민 분들도 재개발은 답이 아니라고들 말씀을 하십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얻은 점은 인천도 그리고 개항로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패배감을 넘은 자신감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이 변화가 제일 기쁩니다.
반면, 7년 동안 시작을 함께 했던 동료들 몇이 각자의 이유로 떠났고, 몇개의 가게는 망해서 문을 닫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을 감추고 싶고 부끄럽고 원망스럽고 실패한 것만 같아서 피했지만, 지금은 가슴 아프지만 벌어질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마음은 아픕니다.
끊임없이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타 지역보다 특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지 대기업이 진입하지 못할까, 지속가능성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들을 줄기차게 했었습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답을 찾은 것은 카피가 되지 않은 것이 였습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전술로써 택한 방법은 지역 자원인 노포를 알려내고, 노포와 접점을 만들고 노포와 협업을 통해서 카피되지 않는 상품과 분위기를 만드는 거 였습니다. 이러한 결합이 좋은 이유는 노포는 카피되지 않는 시간과 철학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트랜드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비즈니스적 전략은 기분 좋게 통했습니다. 노포와의 협업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고 협업을 통해 만든 상품과 분위기는 지역적이어서 노포와 개항로프로젝트의 가게들의 긍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노포와의 협업 성공케이스는 개항로맥주입니다. 개항로맥주의 모델은 최명선 어른이시고 지역의 장인입니다. 과거 개항로에 극장이 19개가 있던 시절에 영화 간판을 그리셨고, 멀티플랙스의 등장과 함께 최민수의 리허설이라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직업을 잃었습니다. 현재는 개항로에서 페인트가게를 하십니다. 개항로에 과거 영광의 주인공이였고, 지금도 동네를 지키는 지역의 어른입니다. 개항로맥주의 글씨는 개항로에서 1968년도 부터 목간판을 만들고 계시는 전종원 어른의 글씨입니다.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개항로맥주가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파라다이스씨티 호텔에 입점하는 기적이 벌어졌습니다. 만약 우리가 트랜디하게, 디자인스럽게만 개항로맥주를 만들었다면 부족함 없는 유명호텔에서 우리와 함께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연히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아마도 우리가 더 지역적으로 그리고 노포와 진지한 협업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카피가 되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호텔에서 우리를 선택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개항로프로젝트는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노포를 마케팅하고 전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냈습니다. 노포는 하나의 가게이지만 또한 사회문화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자원입니다. 만약 60년된 가게가 하나 사라진다면 인천의 강력한 문화 관광 자원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은 카피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60년 역사의 가게를 갖기 위해서는 60년을 온전히 기다려야합니다. 그래서 개항로프로젝트는 노포가 돈을 잘 벌기 위하여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노포가 계속 유지 되려면 누군가는 물려 받아야 하고, 만약 돈을 잘 벌지 못한다면 이어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포를 알려내고 멋지게 보이게 하고 장인으로 치켜세웁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의도치 않게 노포 어른들과 너무 많이 친해졌습니다. 이제는 제법 친해져서 장난도 치고 웃고 떠드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여든이 넘으신 어떤 어른은 이제는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셔서 난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노포와의 협업 과정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최고의 결과는 노포 어른들이 자존심을 회복하셨고, 자신들도 젊은 사람들과 같이 지역을 위해서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신다는 겁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이지만 제일 감사한 부분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시는 많은 분들이 지역의 상생을 통해서 지역경제활성화를 만들었고, 또한 세대간의 통합이라고 치켜세워 주시며,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분에 넘치는 큰 상도 주셨습니다. 이 또한 감사한 마음입니다.
개항로프로젝트는 일을 기획하고 준비할 때 사람 중심으로 합니다. 왜냐하면 도시와 공간의 핵심은 결국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개항로에는 우리가 나눈 세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개항로이웃사람, 개항로젊은사람 그리고 개항로사는사람입니다. 첫번째로 개항로에서 장사를 오래 하시는 노포입니다. 우리는 그분들을 개항로이웃사람이고 부릅니다. 두번째로 개항로에 장사를 하는 젊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분들을 개항로젊은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세번째로 개항로에서 실제로 사는 분들과 개항로를 사랑하는 분들을 우리는 개항로사는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공간을 구성할 때, 메뉴를 준비 할 때, 새로운 사업을 시작 할 때, 이벤트를 기획 할 때, 작고 사소한 걸 결정 할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개항로사람을 생각하고 일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개항로프로젝트는 우리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관 및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해서 협업에 대한 모범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두번째는 개항로프로젝트의 외형적인 모습이 아닌 개항로프로젝트의 일하는 방식이 확대 재생산 되어서 많은 지역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번째로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비즈니스점 관점과 사회문화적 관점을 동시에 견지하여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기획하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려고 합니다.
개항로프로젝트는 미래에 대한 꿈 그리고 최종 종착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듣고 싶은 말은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항로에 생긴 ‘켜’처럼,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우리보다 100년 후배들이 우리의 흔적을 보고 ‘개항로프로젝트 사람들은 개항로에 하나의 켜를 쌓아 올린 사람들’이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그 날을 위해서 노포 어른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날이 그날처럼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개항로프로젝트
2024년 11월
*켜 – 층층이 포개진 물건의 층, 세월의 층, a layer